[성명]

KEC는 <사회적 합의> 이행하고 노조파괴 행위 중단하라!

- 정상적인 회사라면 최소한의 신뢰라도 보여줘야 -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2003년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 이들은 신종노조탄압 무기인 ‘손배가압류’에 목숨을 빼앗겼다. 2000년대 들어와 가혹한 ‘손배가압류’는 최대의 노조탄압 수단으로 등장하였고 그 결과는 잔혹했다. 노동조합과 조합원은 물론 그 가족들의 삶까지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바야흐로 헌법상 기본권인 파업의 권리가 삶의 붕괴를 각오해야 하는 모험으로 전락한 시대를 살고 있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와 조합원 88명에게도 301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손해배상이 청구됐다. KEC 투쟁은 작년 6월 30일 타임오프를 빌미로 한 기획된 노조파괴 공격으로 촉발됐다. 이에 KEC지회는 거리집회와 농성, 삼보일배와 단식 등 평화적으로 파업을 진행하며 대화를 촉구했지만, 회사는 그 어떤 대화에도 응하지 않았다. 명백한 교섭거부와 부당노동행위가 120여 일 동안 공공연히 벌어졌지만 정권과 노동부는 모른 체 했으며, 회사는 파업무력화를 위해 용역을 투입하고 직장폐쇄를 자행했으며 500명이 넘는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쫓았다. 심지어 회사는 경찰과 짜고 교섭을 미끼로 노조간부를 유인해 체포하려는 짓도 서슴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김준일 구미지부장이 분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을 비롯한 야5당과 민주노총은 즉각 <공동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태해결을 위한 공동노력에 전념했다. 11월 2일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회사 이신희 교섭대표를 만나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회사는 징계, 고소, 손해배상 최소화를 약속했고, 농성노동자들은 11월 3일 공장점거를 해제했다. 노사교섭은 사용자의 의무임에도 노동자는 140여 일만에야 회사로부터 처음으로 교섭에 응하겠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고, 지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농성중단과 동시에 노사 간의 약속을 담은 <사회적 합의>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회사는 약속 이행을 거부했으며, 결국 사회적 합의는 사회적 사기로 드러났다.

 

조합원 개인에게 청구하지 않겠다는 손해배상은 지난 4개월간 사표를 받아내기 위한 카드로 활용되었고, 협박 끝에 수십 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조차도 먹혀들지 않자 회사는 3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301억3천8백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KEC지회가 회사와 맺은 단체협약에는 손배가압류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회사는 약속을 뒤집고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며 가서는 안 될 길인 불신과 기만의 길을 되풀이 할 뿐이었다. 이는 회사의 애초 목적이 노사상생이 아닌 완벽한 노조파괴와 대량해고를 통한 구조조정에 있기 때문이다.

 

오는 4월 12일이면 KEC노동자들은 파업 300일 째를 맞는다. 폭력적 용역투입과 직장폐쇄에도 그토록 평화적으로 저항해온 노동자들이 왜 공장점거라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정권과 자본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극단은 또 다른 극단을 부른다. 이미 <사회적 합의>는 나왔고, 이를 지킨다면 KEC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찾기 마련이다. KEC는 <사회적 합의>를 지켜야 한다. 또한 손배가압류 등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모든 행위를 중단하라. 회사가 야5당과 시민사회단체, 민주노총에게 했던 약속을 쉽사리 기만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더 큰 저항만이 있을 뿐이다. KEC가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최소한 약속을 지키는 신뢰정도는 보여줘야 한다.

 

2011. 4. 1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