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행동에 즈음한 우리(생활보조사)들의 입장



환자 및 보호자, 그리고 직원여러분

먼저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고 송구스럽습니다.


저희 생활보조사들은 개원 초기에는 병원의 소속으로 근무하였으나 그로부터 몇 년 후 병원들의 잇속 챙기기의 희생물이 되어 용역업체로 떠 넘겨져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여러 업체를 바꾸는 동안 상여금 철회, 임금 삭감, 국민연금 횡령, 퇴직금 불법체불 등 부실업체의 횡포를 겪으면서도 아무런 대처조차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현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또 다시 부실업체에 떠넘겨질 위기에 처해지자 궁여지책으로 노조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희들은 명절도, 공휴일도 없이 밤낮가리지 않고 병원 일을 내 집안일보다 더 열심히 했고, 내 부모나 가족들은 돌아볼 시간이 없어도 병원 어르신들 곁에서 수발하며 자신들이 아파도 쉬지 않고 일해왔습니다.


저희들은 적게는 수개월부터 많게는 10년이란 세월을 한 곳에서 충성스럽게 근무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희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겨우 최저임금뿐이었습니다.


저희들은 단지 더 많은 돈을 요구하기 위해서 투쟁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국 3위, 대구경북 1위의 평가를 자랑하는 이곳은 도립병원입니다. 오늘날 병원이 있기까지 밤낮없이 희생과 헌신적으로 일해온 저희 생활보조사들의 노고를 병원측에서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자연 등급이 낮은 병원과 비교해서는 안 될 것이며, 당연히 도립병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범을 보여야 할 병원 측이 겨우 최저임금만 주면서 적은 인력으로 이 넓은 병원건물과 200병상 규모를 지금껏 꾸려왔습니다.


저희들은 주간에는 4.5명, 야간에는 3명이서 50여명의 어르신들을 보살피고 있습니다. 교대로 근무하는 야간에는 1명이 50여명 전부를 돌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근무자의 숫자는 가까운 시립노인병원과 비교해보면 절반밖에 안되는 수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적은 인력으로 등급이 낮은 타 업체에서 조차 하지 않는 청소부터 휠체어 세척에 이르기까지 생활보조사란 이름으로 병원생활에 관련된 궂은 일들을 군말없이 맡아서 해왔습니다.


면적도 타 업체보다 넓고 환자 수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인력으로 과중한 분량을 감당하다보니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대체 인력이 없으니 쉴 수도 없는 지금의 현실은 어떻게든 개선을 해야 하는 절박한 사안이므로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몇 가지만을 요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데도 그것조차 들어주지 않으면서 법을 무시하는 병원측이 도리어 저희들에게 불법이니 민형사적 책임운운하며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사람이 돌보아야 할 어르신들의 수가 많은데다가 다른 업무에 신경쓰다보면 자연히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든 것입니다.

이것은 곧 안전사고와도 직결될 수도 있으며 사고발생시 책임은 저희 생활보조사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와 책임추궁과 함께 각종 불이익을 당해왔습니다.

인원과 관련해서는 현 상임이사께서 부임하시면서 타 업체에 비해 인원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 120%까지 충원시켜주겠다고 공약한 사안임에도 지금에 와서 오리발을 내밀고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가 요구하는 인원은 각층마다 1명씩만을 더 채워 달라는 것입니다.


이것도 적정인력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최소한을 요구한 것인데도 이마저도 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누리는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고 병원측은 내세우지만 실상은 유명무실한 것들입니다.

대체인력이 없으니 병원에서 야유회나 등산은 제공한다 해도 야간근무하는 저희들이 갈려면 잠도 자지 않고 가든지 아니면 한달에 딱 한번 신청할 수 있는 휴무를 쓰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병원 워크숍도 과거 직영이었을 당시에 실시했던 것을 지금 공적에 슬쩍 끼워놓은 것입니다.


우리에게 보장되어 있다는 ‘연차’란 것이 한달에 한번 내지 잘하면 두 번 하루 중 반나절을 일찍 퇴근해서 쉬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도 원해서가 아니라 의무적으로 쉬는 것인데 여러분께서는 ‘반나절 동안의 연차’란 말도 들어보셨습니까?

반나절동안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도대체 우리를 바보쯤으로 여기는가 봅니다.

이런 것들은 생색내기에 다름 아닙니다.

명절이 되어도 떡값 한 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병원 직원들은 일년에 수 백퍼센트의 상여금을 꼬박꼬박 챙겨가면서, 자신과 가족을 돌볼 겨를없이 수년간 한 곳에서 궂은 일 도맡아 근무해온 저희들에겐 이런 식으로 대접하는 것이 도립병원이라 하는 이곳의 현주소입니다.


병원 측은 저희들이 받아야 할 몫을 고스란히 용역업체에다 갖다 바치고 있는 것입니다.

병원직원이 아니니 해결해 줄 수 없다고 하며 용역업체인 엠피에스에 다 요구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저희들이 지금 하는 일손을 놓고 용역업체 사무실로 가서 농성이라도 하는 것인지?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발언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저희들을 직원이 아니라 하면서 임금이나 이직률에 관해서 병원측이 여기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또 무슨 이율배반입니까? 또한 직영이 아닌 병원 측에서는 타 회사 직원인 저희들에 대해서 법적으로는 어떠한 관리감독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간호과와는 불가분 관계에 있으므로 어떤 형태로든 간섭내지는 지시와 보고체계가 유지되어 왔습니다. 이처럼 앞뒤 말이 맞지도 않고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저희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니 해결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현 사태를 제대로 인식하고 병원측의 책임성있는 태도와 성의있는 답변만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열쇠입니다.


  저희들의 입장이 좀도 진실하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다소 불편함이 있으시겠지만 환자를 위해서도, 저희들이 찾지 못한 권익을 위해서도 하루속히 원만한 사태해결을 약속받아 더 나은 서비스와 진정 웃음으로 정상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저희들의 작은 외침에 관심을 가지시고 귀 기울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10년 1월 13일


경북도립 경산노인병원 생활보조사(간병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