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노위의 KEC 부당징계 기각결정은

<프로쿠르테스의 침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이하 ‘경북지노위’)가 1월 10일 금속노조 KEC지회가 제기한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경북지노위는 결정문을 통해 “지회의 쟁의행위는 타임오프 등을 요구하는 불법이므로 목적의 정당성이 없고”, 회사가 주장하는 정문봉쇄와 사무실 집기반출 등의 구체적 사실에 대해서는 “업무방해가 크다고 볼 수 없으나 행위가 없다고 볼 수 없다”며 부당징계와 부당노동행위신청을 기각했다.

 

경북지노위의 이번 결정은 예상대로이긴 하나 억지스럽다. 타임오프를 둘러싼 이명박정권의 반노동정책을 <프로쿠르테스의 침대>처럼 적용시킨 결과다. 노동청은 작년 7월 일찌감치 KEC지회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회사의 불법적 용역투입과 직장폐쇄는 묵인했다. 노동청의 발빠른 불법규정은 KEC가 전국적으로 타임오프가 적용되는 시기에 터져나온 첫 노사대립이었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으로 투쟁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되집어보면 정권의 타임오프 강제는 위헌적일 뿐 아니라 분란만 자초했다. 수십년간 노사자율로 이루어진 노조활동이 정권의 <법개악>으로 한순간에 불법화되었다. 네 명이 탈 수 있는 택시에 세 명만 태워야 한다고 법을 바꾼 것과 같다. 법 때문에 택시 크기를 줄이거나 몸집이 큰 승객만 태우라는 억지와 무엇이 다른가. 사장 출신의 대통령이 이 법을 만든 이유는 노조죽이기가 분명하다. 이로 인해 산업현장은 불필요한 마찰로 몸살을 앓았다. 과연 제도의 위헌성을 제쳐두고 오로지 정권의 이해에 따라 만들어진 법을 강요하는 게 정당한지는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경북지노위는 전국 최초로 노사간 자율로 체결한 단체협약을 시정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정권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낼 수밖에 없는 지노위가 무슨 끗발이 있겠나만 대구경북이 대통령의 고향이라서 경북지노위가 돌격대를 자임한 것으로 보인다.

 

지노위는 KEC지회 간부들에 대한 징계사유 중 업무방해 행위에 대해 있지도 않은 사실까지 두루뭉실하게 인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회사의 거짓주장에 대해 면밀히 따지는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결정의 객관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사실에 대한 확인이다.

 

한편 회사도 적극적으로 지노위의 결정을 이용하고 나섰다. 이미 작년 12월 중순에 기각결정이 났는데 한달이 지난 1월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회의 요구는 불법이라고 새삼스레 강변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계산된 행보다.

 

작년 12월에 <사회적 합의>를 지키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신뢰를 위반하는 사측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자 지노위를 통한 <화해신청>이란 모양새를 취하며 때를 기다린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때늦은 언론플레이에 나선 이유는 사회적 합의를 비껴가기 위해서다.

 

반노동정책에 기대 노동자를 일터에서 쫓아낸지 7개월이다. 경북지노위는 합리적 노사관계정착과 KEC사태해결을 바란다면 <프로쿠스테스의 침대>를 치우고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해결노력에 나서라.

 

KEC는 노조무력화와 인원정리를 통한 구조조정 달성이란 목적을 거둬라.

그래야 말문이 트인다.

 

2011년 1월 14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구미지부 KEC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