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정리해고 무효소송 승소
“정리해고에 철퇴를 가한 정의와 사회적 힘의 승리”
[0호] 2014년 02월 17일 (월) 김정운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 kctuedit@nodong.org

▲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2013년 6월 ‘H(heart)-20000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2만개의 부품을 조립해 직접 자동차를 만들어 그동안 투쟁을 지원하고 응원해 준 대중에게 선보였다. 수년 간 정리해고 싸움을 벌여온 해고 노동자들은 오랜만에 손에 기름때를 묻히며 활짝 웃었다. 현재 구속돼 있는 김정우 지부장의 모습도 보인다. ⓒ 변백선 기자 / 자료사진
2월 7일 재판 당일, 우리는 재판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별반 기대를 하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막상 시간이 다가오자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재판이 시작되기 바로 전, 법정 경위가 우리들을 향해 “선고가 끝나면 다음 재판을 진행해야 하니 빨리 재판정 밖으로 나가서 이야기는 해 달라”는 말에 선고 결과로 인해 우리가 마치 난동이라도 부릴 것 마냥 “선고 결과를 예상이라도 하게 해주는 말”처럼 들려 침울함이 더 했다.

재판장이 재판정에 들어서고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2009년 쌍용차 사태에서부터 근로기준법 24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해고회피노력, 유동성위기, 유형자산 손상차손 과다계상 등에 대한 판단이었다. 그리고 판결문은 “우리가 주장했던 내용들 대부분이 맞다”라는 취지의 내용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판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사법부가 우리 노동자의 입장은 물론 올바른 판결을 한 적이 그리 없었기 때문에 결국 마지막에는 “회계조작 등 모든 것이 사실일지라도 정리해고는 어쩔 수 없었다”라는 판결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중간 중간 판결문을 읽어갈 때 가끔씩 방청석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의 박수소리도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재판장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만이 나의 귀에 들릴 뿐 과연 마지막 어떤 말이 재판장의 입을 통해 나올 것인가에만 온통 집중됐다.

마지막 재판장의 입에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라는 말이 나왔음에도 난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곧이어 방청석 곳곳에선 기쁨과 한 서린 울음들이 터져 나와도 정말 이긴 건가? 내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라고 재차 내 귀를 의심도 했다. 이렇게 선고가 끝나기까지는 불과 5분을 채 넘기지 않았다.

그렇다. 판결문을 읽는 시간은 5분여, 이 말을 듣기 위해 우리는 5년이라는 시간을 피눈물을 흘리면서, 고통과 아픔의 시간을 쥐어짜며 투쟁하면서 견뎌냈던 것인가를 생각하면 너무나 허무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렇게 긴 시간을 투쟁해야 그나마 자본의 탐욕과 거짓, 가식의 껍질을 이제야 한 꺼풀 벗겨낼 수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그 고통의 시간으로 인해 승소로 인한 공장복직의 희망이 가까워져 온다는 기쁨의 웃음보다는 지금까지 보냈던 아픔의 시간 때문에 눈물이 먼저 해고자들을 반긴 것일지도 모른다.

재판에 이긴들 웃을 수 있을 것이며, 진다 한 들 울 수 있겠는가.

선고 당일아침, 현장에 배포했던 쌍용차지부 소식지의 내용이다. 이미 24명의 노동자와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면서 받았던 고통의 시간들과 24의 숫자를 재판에 승소했다고 되돌릴 수 없기에 마냥 웃을 수많은 없었고, 또한 졌다 한들 더 이상 나올 눈물도 없는 해고 노동자의 삶에 울음조차도 사치가 될 정도로 상처가 가슴 깊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이리도 힘들었던가. 함께 살아가기 보다는 어느 누군가의 희생으로 나머지가 살아가는 전체주의 발상,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살벌함과 냉엄함만이 존재하는 세상에 희망의 빛은 과연 있는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재판의 결과는 우리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승소’라는 결과로 나왔다. 재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번 판결로 결국 ‘피해자는 노동자였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고, 희망도 보게 됐다. 그리고 ‘정의의 승리’였다. 더불어 경영의 잘못과 부정까지도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자본에게 재판부가 제동을 건 것으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수 있다.

회계조작의 부정이 완전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 판결 하나만으로도 이제 충분히 쌍용차사태를 만들었던 그 장본인들에 대한 책임을 물을 이유가 분명해 졌다. 그리고 공장 안과 밖 모든 노동자에게 고통을 안겨줬던 장본인들이 바로 취해야 할 것은 진정으로 사과하는 모습과 반성이 최소한의 도리다.

하지만 쌍용차자본은 항소심 선고 결과가 나오자마자 쌍용차 자본은 판결문도 받아보기 전에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참으로 어이없고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복직시키겠다고 해도 부족할 판에 즉각 상고하겠다는 것은 책임지는 자세가 반성이 아닌 뻔뻔함의 극치다.

이런 상황과 정황을 볼 때 쌍용차 싸움은 아직도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기에 앞서 밝혔듯 쌍용차지부는 이번 판결로 인해 결코 일희일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공장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풀지도 놓지도 않고 더 바짝 당겨 나갈 수밖에 없다.

2009년 함께 살기위해 투쟁했던 그 싸움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쌍용차의 투쟁과 이번 판결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전 사회적인 투쟁으로 만들어 싸웠던 1차 결과물일 뿐으로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고, 그래서 승리라는 말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그것은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이기도 하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한, 투쟁을 멈추지 않는 한 쌍용차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쌍용차의 투쟁이 끝나는 순간은 해고된 노동자들이 명예가 회복되고 공장으로 복직하는 그날이다. 따라서 쌍용차경영진은 이번 판결의 의미를 오판해서 축소하거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판결은 사회적 재판임과 동시에 쌍용차에 던진 마지막 기회이자 경고임을 알아야 한다. 때문에 쌍용차지부 또한 법적인 판단만을 기다리지 않겠다. ‘대화와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라는 것에는 변함없으며, 노력 또한 멈추지 않겠다.

쌍용차 경영진이 지금 취해야 할 태도와 자세는 판결에 승복하지 않은 채 상고할 것이 아니라 즉각 교섭테이블을 만들고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야 하는 것이 바로 책임지는 올바른 모습니다. 마지막으로 재판장의 마지막 말, “마지막 인내의 시간이 길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잊지 않기를 바라면서 ‘대립과 갈등이냐, 화합이냐’의 선택은 전적으로 쌍용차 경영진에 태도에 있음을 밝힌다.

김정운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수석부지부장